다른 사람들은 다 자는데 나혼자 일찍 일어났다.

이 놈의 버릇이 무섭다. 아침잠이 없어서 좋은 점이 더 많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땐 손해보는 점도 많다.

7시가 좀 넘어 일어났다. 씻고 할일이 없어 카메라를 들고 펜션을 나섰다.


펜션 맞은편으로 조그마한 동네가 있고 그 위로 산으로 올라가는 듯한 길이 보이길래 사부작 사부작 올라갔다.

중간에 고양이를 수십마리 키우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찍고 싶었으나 맞은편 개가 나를 보고 워낙 씨끄럽게 짖어대서

찍지 못하고 그 자리를 빨리 피했더랬다. 조그만 올라가니 저렇게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이 나왔다.


배내골의 아침풍경이랄까?

조용하고 한적하다. 혼자라서 외롭기도 하고, 겨울 아침이라 춥기도 했다.


한시간 가까이 올라갔던거 같다.

해도 나고 몸에 땀도 나고 그래서 더이상 춥지는 않았는데...


한참 올라가다 문득 기척이 있어 뒤를 돌아보니

시커먼 놈이 하나 내 뒤를 따라 오고 있었다.

첨에 깜짝놀랬다. 멧돼지 인줄 알고... 인상도 그리 순한 인상도 아니고 해서...

왠 산중에 개가 있나.... 하고 그래도 덩치가 큰놈이라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근데 요놈이 내가 까만잠바에 까만운동화를 신고 있어서 그런지...

내가 겁은 집어 먹었지만 말을 걸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줬더니... 자기 친구인줄 알았는지...

내한테 와서 자꾸 친한척을 한다.

앞발을 들고 반갑다고 달려드는데... 근육이 장난이 아니라 무게감이 팍팍 느껴진다.

잠바에 어찌나 침질을 해샀는지... 소매부분이 흥건하게 젖어버렸다... 다행히 마르니깐 티는 안나더라마는...

암튼 이 놈이 내 뒤에서 나타나서는 자기가 막 앞질러서 등산을 하기 시작한다.

뛰어가다 내가 오나 안오나 수시로 뒤돌아 보고확인을 한다.

군데 군데 나무에다가 자신의 배설물로 영역표시도 해가면서...

중간에 내가 갈림길에서 그 녀석이 간길이랑 다른 길로 갔더니...

한참을 뛰어와서는 다시 내가 온 길로 따라온다.

한편으로는 겁도 나고 한편으로는 영특하기도 했다.

자기가 에스코트 해준다는 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암튼 이 녀석은 내가 다시 마을로 내려 올때까지 내 주위를 계속 왔다리 갔다리 했다.

주인이 누구인지 참 궁금하다.


길에 가다 보니 얼음이 얼어있다.

물이 고일만한 공간도 아닌데.. 어떻게 저렇게 얼었을까?

이슬로 저렇게 되기는 힘들지 싶은데....


정상에 가보려고 했으나...

끝을 알 수가 없고 아침도 안먹은 터라 허벅지가 벌써 풀렸는지 힘이 안들어 가길래 다시 내려왔다.

어김없이 저 눔의 개는 앞서가니 뒤따라오니 하면서 내 주위를 빙빙 돌아다녔다.

안물어 뜯어줘서 감사. ㅎㅎ


욘석 사진을 자세히 찍고 싶었는데...

가까이 있으면 막 앞발을 세우고 친한척하고

멀리 있으면 순식간에 달려가버려서 찍기가 어렵다.

DP2 의 단렌즈 화각은 이럴때 정말 에로사항이 많다.


어느덧 다 내려왔다. 멀리 우리가 머물렀던 동화마을 펜션과 그 옆에 하늘창펜션이 보인다.

나무에는 홍시(?)가 몇개 열려있네.


숙소에 들어가니 아직도 다들 쿨쿨 자고 있다.

그래서 펜션 뒤편 계곡으로 이번엔 잠시 바람을 쐬러 갔다.

고여있는 물은 꽁꽁 얼어있다.

저기 낙옆이 있는 부분은 희안하게 녹아있더라.


물은 정말 맑았더랬다.


캬~ 요거이 자연의 예술작품이다. ㅋㅋ


그러고 나서 방에 와서 얘들을 다 깨워버렸다. ㅋㅋ

라면은 내가 끓였는데... 영 싱거웠다. >_<

2009.12.26.

SIGMA D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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